> 기본적 분석 > 갈림길에 선 엔화: 일본은행 정상화와 캐리 트레이드 리스크

갈림길에 선 엔화: 일본은행 정상화와 캐리 트레이드 리스크

Sep 10, 2025 3:11 PM

일본 엔화가 갈림길에 서 있다. 수년간 안전자산이자 캐리 트레이드의 조달 통화라는 이중 역할을 해 온 엔화가 전환점을 맞고 있다. 일본은행(BoJ)이 초저금리 시대의 종식을 시사하는 가운데, 엔화는 안전자산으로서의 광채를 되찾을까, 아니면 세계가 가장 선호하는 조달 통화로 남을까?

엇갈리는 중앙은행의 행보

최근 엔화 움직임의 큰 동력은 금리 격차다. 지난 몇 년 동안 미 연준과 다른 중앙은행들은 제로 수준에서 금리를 급격히 인상한 반면, 일본은행은 초완화적 기조를 유지했다. 이처럼 벌어진 금리 격차는 엔화 차입 비용을 극히 낮추고 달러 보유의 매력을 키워 ‘캐리 트레이드’를 부추겼다. 투자자들은 저비용 엔화를 빌려 더 높은 수익을 주는 달러 자산을 매수했다. 결과는? 엔화 약세였다 — 2023년 말에는 달러당 약 ¥150 수준이었다.

USD/JPY, 미·일 수익률 격차를 추적 (2019–2025)

2019–2025년 미국/일본 10년물 국채 수익률과 USD/JPY 비교 차트, 금리 격차 확대 시 엔화 약세, 일본은행 정책 전환 시 변화.

출처: TradingView. 모든 지수는 달러 표시 총수익 기준. 과거 실적은 미래 성과의 신뢰할 수 있는 지표가 아닙니다. 데이터 기준일: 2025년 9월 9일.

차트에서 보듯 2022년 미·일 수익률 격차가 확대될 때 USD/JPY는 상승했지만, 2023–2025년에 일본은행의 긴축 시사와 미국 금리의 정점 신호가 겹치며 되돌림이 시작됐다.

이제 일본에도 마침내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면서 일본은행은 정책 변화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긴축의 기미만으로도 엔화는 요동쳤다 — 2023년 말, 마이너스 금리 종료에 대한 ‘설’만으로도 달러 대비 약 2% 급등했다. 연준이 멈춤 국면에 들어가고 일본이 천천히 정상화로 향하면서 흐름이 바뀌고 있다.

안전자산 지위: 상실과 회복

엔화는 오랫동안 안전자산으로 여겨져 왔다 — 글로벌 폭풍 속에서 투자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통화라는 뜻이다. 일본의 해외 투자금은 위기 시 본국으로 송환될 수 있다. 또한 수년간의 제로 금리로 많은 이들이 엔화를 공매도했는데, 그 포지션이 청산될 때 매수 수요가 몰리며 엔화는 강세를 보이곤 한다.

그러나 엔화의 안전자산 ‘후광’은 옅어졌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동안 엔화는 강세 대신 약세를 보였다. 일본은 원유 대부분을 수입하기 때문에 유가 급등이 무역수지 적자를 확대하며 엔화를 압박했다. 동시에 높은 미 금리는 위기 국면에서도 달러를 엔화보다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미·일 금리 격차가 좁혀지기 시작하면서 엔화는 점차 안전자산의 역할을 되찾을 수 있다. 트레이더들은 이미 엔화 강세에 대비해 포지셔닝하고 있으며, 투기적 베팅도 점점 엔화 상승 쪽으로 기울고 있다. 일본은행이 소폭이라도 금리를 인상한다면 엔화의 안전자산 매력은 더욱 회복될 것이다.

캐리 트레이드 위험과 파급효과

일본은행의 긴축이 지연되면 엔화 약세가 지속되고 캐리 트레이드는 더 오래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일본은행의 깜짝 인상이나 글로벌 충격이 발생하면 캐리 트레이드가 급격히 청산되며 엔화가 급등할 수 있다. 수년간 한 방향으로 쌓인 베팅이 순식간에 되돌아오는 ‘감긴 스프링’과 같다.

엔화 급등은 일본 수출기업의 수익성을 압박하고, 위험자산 회피가 확산되면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최근에는 과 미 국채 등 다른 안전자산이 엔화보다 두각을 보였지만, 일본 금리가 오르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또한 엔화로 조달된 신흥국 투자 포지션이 풀리면 해당 시장도 충격을 받을 것이다. 엔화의 궤적은 전 세계에 파급력을 지닌다.

최종 요점: 지금 엔화가 중요한 이유

엔화는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더 이상 캐리 트레이드로 일방적 수익을 노리는 ‘원웨이 베팅’이 아니며, 일본의 정책 정상화가 진행될수록 안전자산 지위는 강화될 수 있다. 투자자에게는 갑작스런 엔화 강세가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뒤흔들 수 있다 — 환헤지하지 않은 해외 포지션은 환손실을 볼 수 있지만, 일부 엔화 또는 엔화표시 자산을 보유하면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 엔화의 서사는 진화 중이며, 일본은행의 정책 변화와 엔화의 흐름을 면밀히 주시하는 것이 향후 글로벌 시장을 항해하는 핵심이다.